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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REVIEW] ‘비엔나의 늑대들’의 미성(美聲)_거암아트홀 독창회 갖는 소프라노 임선혜
    • 작성일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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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goon

     

    이렇게 친절할 수가 있나 싶다. 소프라노 임선혜는 세계적인 성악가요, 국내 탑 소프라노 중 한 사람이다. 인터뷰 요청 당시 비엔나에 있기에 간단히 이메일 인터뷰로 진행을 시도했지만 그의 답은 단순한 이메일 답변이 아니었다. 질문 하나 하나에 본인이 직접 글로 답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생생한 녹음파일을 보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즉흥적인 질문을 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지만 그의 정성은 감탄할 만한 수준이었다. 오는 5월 18일 거암아트홀 기획공연으로 개최하는 소프라노 임선혜의 독창회 ‘비엔나의 늑대들’ 공연을 앞두고 반가운 마음에 질문을 속구로 보냈지만 그는 여유롭게 공을 받아 정성의 바람을 넣고 슬로우 답구(答求)를 시전했다. 언제 직접 만나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기다려진다.
    5월 18일 오후 5시 피아니스트 박상욱과 함께 펼치는 독창회에서 임선혜는 전반부에 후고 볼프의 뫼리케 시에 의한 가곡, 뫼르케 종교곡, 괴테시에 의한가곡 등을 부른 후 후반부에는 에리히 볼프의 네개의 동요와 이르멜린 장미여, 저 멀리서 밤으로, 호렌 시간의 여신들, 금생의 요람은 흔들리고 등 선별된 가곡을 노래한다.

     

    작곡가 류재준과 함께 했던 후고 볼프 공연을 인상깊게 감상했습니다. 이번에도 ‘비엔나의 늑대들’ 공연에 후고 볼프 작품을 선보인다고 하니 무척 반갑습니다. 후고 볼프의 어떤 음악적 특징 때문에 후고 볼프의 노래를 사랑하시는지요?

    안녕하세요. 월간리뷰 대표님 그리고 구독자 여러분. 우선 ‘비엔나의 늑대들’이라는 이번 리사이틀 주제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후고 볼프의 노래를 접할 때마다 얼마나 음악 세계가 깊고, 표현의 다양함이 방대한지 늘 놀라곤 합니다. 처음으로 후고 곡을 접했던 건 대학 때였는데요, 우연히 대학 때의 은사님인 박노경 교수님께서 제게 제안하시면서 가장 좋아한다고 하셨던 노래가 Verlassene Mägdelein 이라는 노래였어요. ‘버림받은 소녀’라는 노래였는데 한 페이지 짜리의 보기에는 아주 간단해 보이는 곡인데 그 안에 들어있는 표현이 엄청나서 독일 말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던 그때조차 그 노래를 하면 제 가슴이 막 떨리고 ‘내가 버림받은 마음이라면 정말 이렇겠지?’라는 생각에 두근거렸던 기억이 아직도 나요.
    그런데 우연히 제가 독일에 와서 칼스루에 국립음대에서 저를 가르쳐주셨던 롤란트 헤르만이라는 교수님께서도 이 곡을 내주시면서 ‘나는 이 노래가 참 좋아’라고 하시더라고요. 굉장히 놀랐어요. ‘한국의 우리 선생님도 좋아하시던 노래인데 이 선생님도 이 곡을 이렇게 좋아하시는구나!’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박노경 선생님은 한국인 성악가로는 처음으로 독일에서 유학하셨던 분인데, 두 분의 스승 중 겹치는 분이 있더라고요. 파울 로만 선생님이셨는데 아마도 이에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가 운이 굉장히 좋았죠.
    그런 분을 독일에서 만나 이 가슴 벅찼던 노래를 더 깊게 알 수 있다는 것이! 독일 사람으로부터 그 독일적인 뉘앙스가 담긴 해석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당시 제가 배우고 느낀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놀라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후고 볼프는 초상화에서도 느껴지듯이 굉장히 고집스럽고 성격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사람이라고 해요. 그는 평생 가난했습니다. 이렇게 멋진 곡들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그 가난함이 원인으로 작용했는지,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 강했고 화도 잘 내는 성격 때문에 사회 생활이 어려웠던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한편으로는 어렸을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무척 예민한 사람이었죠. 18살 때부터 매독으로 고생했고 나중에 완치되었지만 결국에는 30대 말에 자살을 시도했을 정도로 극도로 예민했습니다. 자살이 불발된 다음에는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고 합니다. 거기서 4년 동안 고통스런 세월을 보내고, 43세가 채 되기 전에 생을 마감했는데요.
    그래서였을까요? 요절하는 천재들의 어찌 할 수 없는, 주체할 수 없는 특별하고 개성 넘치는 표현력! 그 깊은 표현력이 내재된 곡들을 하나씩 하나씩 배울 때마다 가슴이 절절하고 통쾌하고 결국 감탄하고 공감하게 돼요.
    너무 아쉬운 건 대표님도 말씀하셨다시피 볼프의 곡이 우리에게는 대중적이지는 않다는 점이에요. 바그너도 라흐마니노프도 말러도 즐겨 듣는데 말이죠. 그 이유를 생각해 봤어요. 멜로디의 아름다움이나 웅장한 화성으로 들을 수 있는 곡들이 아닌 ‘언어’와 깊은 연관이 있는 작품들이라 그런 것은 아닐까 싶어요. 그의 곡들은 가사를 떠나서는 그 묘미를 즐길 수가 없는 그런 작품이니까요. 실제로 독일의 음악학자들도 그의 뛰어난 음악적 표현력을 차치하더라도 가사와의 연관, 대담한 결합 등은 감탄할 만한 경지라고 하지요.

    이 작곡가는 자신의 40대 초반에 하늘로 갔지만 짧은 생애 동안 정말 많은 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오페라도 한 곡 작곡하고 챔버 곡들도 다수 남기긴 했지만 사실 동시대에 비엔나에서 같이 공부했던 말러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거의 가곡에만 올인하다시피 한 그런 작곡가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슈베르트가 가곡의 왕으로서 몇백 곡이 되는 곡을 남겼다면, 어쩌면 슈베르트 이후에 예술가곡을 가장 많이 남긴 작곡가가 아닌가 싶습니다.
    뫼리케는 시인으로서는 유명하지만 그의 시를 가곡으로 남긴 작곡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후고 볼프는 이 뫼리케의 시로 50곡이 넘는 곡을 작곡했어요. 볼프는 뫼리케의 시뿐만 아니라 아이헨도르프, 괴테, 특히 괴테의 주요한 시들을 다 거의 작곡했다고 말할 수 있죠. 그리고 스파니셰 리더부허 즉 스페인 시들, 또 이탈리아노 리더부허 등에 대해 관심이 엄청 많았던 사람이구나, 그래서 그 말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고민하면서 자신의 미칠 것 같은 극도의 예민한 성격으로 오선지에 그려나갔겠구나 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1부에서 노래하는 뫼리케 곡들은 얼마나 신이 나서 썼는지 몇 달 동안 50여 곡을 다 작곡했다고 해요. 모든 곡이 다 1888년 곡이거든요. 그가 28살 때 지은 곡들이 1년 안에 50여 곡을 작곡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거든요. 더군다나 그해에 아이헨도르프나 괴테 시들을 작곡했으니까 그는 정말 이때가 황금 같은, 벼가 익어가는 노란 들판을 보는 그런 전성기였을 것 같아요. 그래서 후고 볼프의 노래를 하다 보면 어떤 곡들은 굉장히 위트가 있습니다. 이 사람이 이렇게 예민한 사람인데 어떻게 이렇게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그 위트와 유머에 놀라게 됩니다.
    어떤 곡들은 배울 때 결코 쉽지 않습니다. 후기 낭만곡들은 낭만스럽지만 가끔은 심하게 불협화음을 시도하고, 잘 쓰지 않던 화성을 사용했기 때문에 성악가들이 피아노와 같이 연주하면서도 헷갈리는 곡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그런데 멜로디를 정확하게 공부하고 나면 톱니바퀴가 맞아떨어지듯 그 희열을 또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후고 볼프의 찬란한 곡들을 그가 원했던 대로 노래할 수 있을까, 그게 성악가에게는 도전이 됩니다. 제가 노래하는 사람이 되어서 이런 곡들을 만나고, 이런 시를 만날 수 있음에 너무 감사하고 감격하고, 노래할 때마다 그렇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방법은 시를 작곡한 것을 노래하고, 시를 다시 또 해석하고, 시를 우리말로 옮기고, 다양한 해석들을 찾아본 다음 우리 말로 옮겨보기까지 합니다. 그 작업을 할 때마다 내가 성악을 안 했으면 이런 주옥같은 시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이런 주옥같은 시들을 노래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늘 설레고 벅찹니다.


    에리히 자크 볼프의 작품 역시 우리에게 그리 낯익은 작곡가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빛나는 작품들입니다. 에리히 자크 볼프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또 이 노래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음반 작업에 임선혜 선생님이 참여하셨는데 이번 녹음 작업 소감은 무엇인지요.

    에리히 자크 볼프라는 작곡가의 이름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은데요. 후고 볼프보다 14년 후에 태어난 작곡가입니다. 죽은 해로는 10년밖에 차이가 안 나요. 그러니까 39세에 작고한 작곡가죠. 39년의 삶을 사는 동안 170여 곡의 굉장히 많은 곡을 작곡한, 예술가곡에 자신의 혼을 불태운 사람입니다.
    그 당시에 조사한 게 있었는데요, 어떤 사람이 애창예술가곡 2천 곡을 선곡했는데 그중에는 물론 슈베르트, 말러, 슈트라우스가 가장 많았겠죠? 그런데 거기에서 이 사람의 곡이 4위를 차지했다고 해요. 그의 작품은 불과 몇 곡 되지 않았지만 2천 선에 올려진 게 열곡이 넘었습니다. 그만큼 당시 가곡 작곡가로서 이름을 날리던, 즉 생존해 있을 때 이름을 날리던 사람이라고 해요. 더군나 실력있는 피아니스트인데다 가곡 작업을 해서 그런지 성악가들과 친했던 것 같아요. 당대의 유명하던 오페라 가수들, 성악가들은 그가 반주해 주기를 바랐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혹시 그렇게 성악가들이랑 작업하면서 자기 곡을 그렇게 많이 연주한 거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유명한 가수의 리사이틀에는 거의 후고 볼프의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국에서 열리는 프롬스에도 에리히 자크 볼프의 이르멜린 로제라는 가곡이 연주되었는데 이 곡은 너무도 유명해서 프랑스에도 연주되었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유명한 작곡가였죠. 그런 작곡가였는데 왜 우리는 그에 대해서 알지 못했을까요? 겨우 그가 떠난 지 110년~120년밖에 안 됐는데… 그 이유는 어쩌면 그의 짧은 삶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가 어떤 성악가와 미국 투어를 갔을 때 중이염으로 미국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시기가 1913년이었으니까 세계대전 때죠. 그는 유태인이었기 때문에 그 당시의 정책에 따라서 유태인 예술가들의 모든 것이 말살되기 시작합니다. 많은 것이 지워지고 묻어지고, 이야기하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서 우리가 이 사람을 잊어버릴 수밖에 없게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에리히 자크 볼프의 작품을 조명하는 운동이 일고 있고 많은 음악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의 곡들을 출판하고 녹음하는 작업도 하게 되는데 독일 낙소스에서 CD 7개에 걸쳐 7명의 성악가에게 이 전체 작업을 맡기게 되었어요. 약 170여 곡이 되니까 한 사람한테 돌아가는 곡수가 정해져 있죠. 소프라노는 두명인데 제가 그중 한 명입니다. 이런 음반 작업을 함께하게 되는 건 저한테는 굉장히 행운이에요. 슈베르트나 슈만, 브람스 등 많이 알려진 가곡들을 녹음하는 것보다 아무도 모르는 이런 가곡들을 녹음하는 데 제 심장이 더 빠르게 뛰고 ‘배에서 나비들이 날아다닐’ 정도로 기대되는 작업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이는 어쩌면 제가 그동안 고음악을 해오면서 잊혀진 곡들을 녹음하고 레코딩이 없던 곡들을 처음 레코딩해봤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작업은 내가 노래 한 곡들이 레퍼런스가 되는 일이거든요. 지금은 조금 익숙하기도 하고, 어떤 자유로움 같은 것 때문에 설레고 기쁘기도 합니다.
    제가 하는 노래들은 조금 달라요. 다른 소프라노들이 조금 무게 있는 소프라노라면 저는 가벼운 곡들이나 아이들에게 불러주는 노래를 하는데 정말 예쁜 노래들이 많아요. ‘2 곱하기 2는 4지’ 하며 아이들과 노는 장면을 이야기하고 묘사하는 그런 노래도 있고요. 한국은 황새가 아이를 물어다 준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어떤 집에 아이가 새로 태어나면 그 아이를 보면서 벅찬 감정을 노래하는 곡들, 자장가 등 이런 노래를 부르면서 저의 상상력을 또 마음껏 풀 수 있잖아요. 이런 곡들이 저에게는 굉장히 좋은 작업들이에요.

     

    임선혜 하면 뛰어난 예술가곡 성악가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데 선생님의 성악적 특징에 대해 많은 평론가들, 기획사, 청중들은 어떻게 표현하는지요?

    저는 목소리가 굉장히 큰 성악가도 아니고 그런 게 저의 장점도 아닙니다. 대신 저만의 장점을 신께서 주셨으니 감사할 일인데요. 최근에 받은 리뷰를 한번 알려드려야 될까요?
    얼마 전 도이체 뷔네(Deutsche Bühne)라는 ‘독일의 무대’에서 받은 리뷰입니다. ‘그 중 가장 아름답게 노래한 가수는 임선혜였다. 노래와 딕션, 발음을 항상 반어법과 아이러니와 과장법의 경계에 잘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제가 노래했던 건 굉장히 아이러니한 것이 많아서 그 아이러니를 과장하지 않는 그 선에서 경계에 잘 맞추고 있었다고 말씀해 주셨고요.
    그 다음 독일신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Frankfurt Allgemeine Zeitung)의 편집자이자 음악평론가는 이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임선혜가 특히 능숙하게 해내는 것은 노래의 전체 구절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가사 한 음절 한 음절의 색깔과 뉘앙스를 빠르게 바꿔내는 것이다. 그녀는 뛰어난 언어적 지성으로 노래의 정서를 풀어낸다. 가사 단어 자체와 그 단어들이 만들어내는 드라마틱한 상황들은 곧 노래가 어떻게 울려 퍼져야 할지 그 길을 가리키는 것이다. 완성된 노래 안에 말을 녹여낸다.’ 이렇게 좋은 말씀을 해주셨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를 예술가곡 성악가라는 이미지로 생각해 주신다면 저는 굉장히 감사하죠. 제가 사랑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오페라는 그 화려한 조명과 의상을 갖추고 노래와 연기를 같이하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서로가 서로를 도와가면서 재미난 상상을 구현하고, 내가 아닌 남의 삶을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경험하는 등 굉장히 재미있는 장르입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오라토리오는 종교적이면서 가만히 서서 노래하잖아요. 그때만큼은 제 발이 땅에 닿아 몸을 움직이지는 않지만, 눈과 목소리로 그 정서를 온전히 표현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저에게는 겸손을 요구하고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작업이죠. 그러니까 오페라가 세상적이라면 오라토리오는 그런 것을 또 쫙 빼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의미가 있고요.
    예술가곡은 이야기를 저 혼자 읽어내는 건데 시(詩)이기 때문에 시 자체로만 보면 어려운 내용들이지만 이 시에 작곡가가 노래를 입히고 성악가가 청중들에게 노래로서 전달하는 것이죠. 작곡가를 매개체로 한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에요. 결국 시를 쓴 사람과 시를 음악으로 해석한 작곡가의 곡을 내가 어떻게 표현해내느냐에 따라서 그 곡이 또 좋게 느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의 바램은 그 시를 열심히 공부하고 그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해내고 감탄함으로써 시가 내 것이 되고 내 노래가 되어 불리게 되는 거예요.
    결국 내가 곧 시인이 될 수 있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너무 소중한 작업이고, 무엇보다 아까 독일 리뷰에서 언급했듯이 성악가가 가질 수 있는 ‘언어적 지성’의 날개를 달아 훨훨 날 수 있는 그런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이 언어적 지성과 언어적 공부를 요구하는 이 작업 때문이 멋진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느낍니다.

     

    비엔나의 늑대들이라는 타이틀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눈에 띄라고 조금 강한 타이틀을 붙여봤는데요. 원래 생각했던 제목은 ‘볼프 앤 볼프’였어요. ‘볼프 앤 볼프’하면 아마 유럽에서는 재미있게 들렸을 텐데 한국에서는 그게 딱 와닿지 않을 수 있어서 어떻게 하면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볼프는 독일어로도 ‘늑대’라는 뜻이거든요.
    이 두 사람의 이름에 늑대라는 단어가 다 들어가잖아요. 에리히 볼프는 f가 하나 더 있을 뿐이지만 발음은 완전히 똑같고요. 두 사람 다 비엔나에서 거의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작곡가들이어서 ‘비엔나의 늑대들’이라고 했습니다. 이 제목을 궁리하면서도 저 혼자 웃었답니다. 이 두 늑대들이 조우했다는 기록은 역사적으로 없습니다. 그래서 10년 차이로 세상의 소풍을 마치고 돌아간 이 작곡가들을 이렇게 만나게 해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비엔나의 늑대들’이 서울에서 만나는 것이죠.
    올해는 에리히 볼프가 태어난 지 딱 150주년이 되는 해더라고요. 1874년에 태어났었으니까 그것을 기점으로 음반도 녹음되고, 악보도 나오기 시작하고 이래서 기념하는 겸 했고요. 또 거의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4월 28일 일요일에 독일 카셀에서 열리는 리트 페스티벌 예술가곡 페스티벌에서 오프닝 콘서트 오프닝 리사이틀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도 후고 볼프와 에리히 볼프를 좀 넣었는데, 그때는 또 150주년 기념으로 해서 특별히 2부 전체를 장식하는 무대로 꾸몄습니다.
    둘은 다른 듯 비슷한 점들이 꽤 있어요. 일단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거죠. 후고 볼프는 42세에, 에리히 볼프는 39세에 생을 마감하게 되고요. 중이염을 앓고 갑자기 죽은 에리히 울프나 또 매독이나 정신병 등을 앓은 후고 볼프는 둘 다 짧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예술 가곡을 작곡했던 가곡 부자들입니다. 이처럼 가곡에 열정을 담았던 작곡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비엔나의 늑대들’, 서울로 오는 ‘비엔나의 늑대들’을 재미있게 맞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월 18일 독창회에 오실 분들에게 인사의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마 올해가 외국 무대에 선 지 25년째 되는 해인 것 같은데요. 한국에서 노래한 지는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15년 정도 제가 한국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노래했는데 모르는 노래를 할 때마다 믿고 들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기대해주시고, 같이 설레주신 청중분들께 먼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 유명한 곡, 우리가 아는 곡을 노래해주길 원하지만 리사이틀 때만큼은 제가 공부한 것들, 공부하면서 설레고 너무 재미있었던 곡, 이걸 같이 느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곡들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청중을 덜 배려한 듯 하지만 어쩌면 청중을 믿고 제가 이런 프로그램을 펼쳐놓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믿고 감동하시면서 저에게 또 응원해주셨습니다. 이번에도 아마 2부, 전체 프로그램의 반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하신 곡들입니다. 그 곡들은 아마 전세계 사람들도 거의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곡들일 겁니다. 처음 들으신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4월 28일 독일에서 독창회를 했지만 이번 거암아트홀 리사이틀 공연은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곡들입니다. 에리히 울프가 죽은 후에 거의 불리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100년 이상 잠자고 있던 노래들입니다. 한국에서 처음 듣게 되실 청중들에게 미리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그 자체로 신나는 여행이 되시길 바랍니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저와 함께하는 어드벤처 모험! 그 모험을 위해 저 또한 여러가지로 많이 신경 쓰겠습니다. 번역과 자막 작업 등에 참여하면서 여러분이 제가 노래하는 음악의 언어를 한국말로도 이해하시면서 같이 웃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중간 중간에 두 작곡가와 인연이 있는 곡들을 신박 듀오의 박상욱 피아니스트가 피아노로 함께 할 겁니다.
    박상욱 피아니스트는 제와는 두 번째 같이 하는 작업인데요. 헨델의 9개의 독일 아리아를 양인모 바이올리니스트와 평창 대관령 음악제에서 리사이틀를 했었고 그리고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그 늑대들의 비엔나에 살고 있는 피아니스트이고, 그만큼 독일 말이나 비엔나스러운 것들을 그 뉘앙스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가 특별히 부탁한 피아니스트입니다. 그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그 작은 곡들도 같이 설명하면서 해드릴 테니까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글/정리 : 김종섭

    출처: 월간 리뷰 ‘비엔나의 늑대들’의 미성(美聲)_거암아트홀 독창회 갖는 소프라노 임선혜 - 월간 리뷰 (ireview.kr)